의욕이 없고 삶이 무기력할때 새로운 동력을 얻기 위해 새로운 것을 채워야 한다. 일주일간의 휴가를 내고 휴식도 취하고 새로운 연료를 주입할 겸 전시회를 갔다. 미술을 좋아한다. 아니 미술을 동경한다. 새로움과 아름다움을 부여하는 일은 신성하다. 그래서 동경한다.
'이탈리아 디자인의 거장 카스틸리오니' 전을 관람했다. 디자인이란 무엇인가? 내가 생각했던 디자인은 보기 좋음이었다. 보기 좋음이라 함은 보편성과 개별성이 모두 관여한다. 보편적으로 인간이라면 가지고 있는 보기 좋음의 기준이 있다. 혹은 그런 가치가 있다. 사랑이나 우정같은 것? 디자인은 사각형 삼각형? 등의 것들 말이다. 그래서 보편성의 범주 아래 개별성을 가진다. 이 개별성은 취향이다. 어떻게 살아왔고 무엇을 봐왔는지가 이 개별성을 결정한다.
디자인은 그래서 어렵다. 모두를 만족시킬 수 없다. 누군가에게는 별로 일 수 있지만 누군가에게는 아름다움일 수 있다. 그렇다면 디자인은 어떻게 해야하는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지 못한 상태였다. 물론 나는 디자인 하는 사람은 아니다. 그러나 미에 대한 관심이 많다. 이 전시를 보고 어렴풋이 답에 한발짝 다가갔다.
"무언가를 디자인 해야할 때, 그는 가장 먼저 사전을 펼치고,
디자인해야 하는 물건의 이름의 정의를 찾아보았다.
오브제의 일반적인 개념을 확인하는 것으로 디자인을 시작했다."
- 이코 밀리오레 & 마라 세르베토 -
전시회에서 위의 구문이 적혀 있는 것을 보고 머리를 한대 맞은 것 같았다. 내가 생각했던 디자인은 디자인 그 자체로써의 기능만 생각했다. 보기좋음을 완수해 내는 것,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것, 이외의 실용에 대해 생각해 본적이 없다. 그저 디자인은 포장이라고 생각했던 나를 반성했다. 디자인은 아름다움 이전에 물체 혹은 기능에 충실해야 한다. 그리고 그 기능을 더 편하고 쉽게 하기 위해 혹은 더 잘보이게 하기 위한 도구일 뿐이다.
"누가 디자인 했는지는 중요하지 않아.
쓰임새 있는 물건이어야 하는게 중요해."
- 아킬레 카스틸리오니 -
카스틸리오니의 말에서 디자인의 본질이 무엇인지 알 수 있다. 누가 디자인하는지 보다 그 디자인이 삶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가 중요했던 그는 실용성의 측면에서 디자인에 접근했다. 카스틸리오니는 미술에서는 레디메이드라는 개념을 디자인에서 최초로 도입한 인물이라고도 평가받는다. 위의 오른쪽 '메차드로' 의자는 레디메이드 개념을 도입한 의자이다. 의자는 그저 앉을 수 만 있으면 그만이라는 생각으로 디자인 한 '메차드로' 는 기존 트랙터 의자에서 안장을 가져왔고 나사마저 자전거에 쓰이는 것으로 만들었다. 1957년에 디자인했다니 믿기지 않을 정도로 현대적이다.
"디자인은 유행해선 안됩니다.
좋은 디자인은 시간이 지나면서
마모될 때까지 지속되어야 해요"
카스틸리오니의 디자인은 순간적이지 않다. 어제 디자인된 작품이라고 해도 믿을만큼 감각적이다. 그의 철학이 고스란히 반영되어 있다. 곱씹어봐야할 말이다. 심플함을 강조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뻔함을 강조하지도 않았다. 유행해서는 안된다는 시대를 따라가지 말라는 말로 들린다. 마모될때까지라니... 보통 디자인은 유행에 민감하다. 시대의 요구에 따라 혹은 디자이너들이 특정기간에 비슷한 결과물을 내놓을 때 유행은 시작된다. 그러나 시간은 흐른다. 사랑 받던 디자인이 어느새 촌스러움의 상징이 된다. 보통 ~풍으로 이름을 얻는다. 그러면 디자인은 그 이름에 갖힌다. 그리고 그런 형식은 짧은 시간에만 소비된다. 유행하지 않는 디자인은 규정되지 않는 디자인을 말한다. 카스틸리오니의 디자인을 ~풍의 디자인이라고 하지 않는다. 규정하지 않고 본질(기능)에 충실한 디자인을 하라는 쉽지만 매우 어려운 말.
"디자인은 마법이 아니야.
내 주변부터 살피는 것에서 시작하는 거야"
마지막 말로 이 글을 맺으려 한다. 좋아보이고 아름다워 보이는 것에 치중하지 말고 가장 친숙하고 일상적인 것에서 영감을 받아 디자인하라. 이번 전시는 생각보다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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