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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로가 체질' , 2019 - 임진주 (천우희) 편

by the frank 2020. 4. 21.

SNS에 명대사 짤이 돌면서 역주행하기 시작한 드라마 '멜로가 체질'은 영화 '극한직업'의 이병헌 감독이 연출을 맡으며 많은 기대를 모았다. 너무 기대감이 컸던 탓일까? 최대 시청률 1.8%로 종영하면서 많은 아쉬움을 남겼다. 그러나 시청률과 작품성은 항상 비례하지 않는다. 드라마의 작품성이 사람들의 입소문을 타면서 2020년 코로나 시국 가장 많이 스트리밍된 드라마 2위를 차지했다.

 

이 드라마는 제목과 다르게 멜로물이 아니다. 굳이 장르를 나누자면 코미디에 가깝다. 제목에 멜로가 있다보니 나같이 멜로, 로맨스물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거부감을 주었다. 그래서 시청률이 그렇게 되었을지도... 아무래도 마케팅의 문제가 있지 않았나 생각해본다. 아래 포스터를 보고 있자면 기존의 뻔한 로맨스물 정도가 떠오르지 않나? 거기에 본격 수다 블록버스터라니... 

 

'멜로가 체질' 포스터 (사진=JTBC)

 

이 드라마는 서른이 되는 세 여자의 삶에 대한 이야기이다. 단순히 여자의 이야기만이 아니고 사람의 이야기이다. 일, 사랑, 우정에 관하여 실제 있을 법한 이야기를 현실감 있게 그렸다. 인생에 대한 심도있는 고민 끝에 나올 법한 대사들은 작품의 재미를 더한다. 위에도 언급했듯 이 드라마는 멜로, 로맨스 보다는 코믹에 가깝다. 계속 웃음을 주는 포인트들을 만들어낸다. 일단 대본이 좋기도 하지만 '극한직업'의 감독이 연출했으니 웃음의 포인트를 콕콕 집어서 만들어내니 안 웃길 수 가 있나.

 

앞서 말했듯 이 드라마는 세 여주인공의 이야기로 채워진다. 드라마 작가가 꿈인 임진주(천우희), 다큐멘터리 감독 이은정(전여빈), 드라마 제작사 마케팅 팀장 황한주(한지은)은 어린 시절부터 친한 친구사이다. 이들이 은정(전여빈) 집에 함께 머무르게 되면서 서로의 이야기를 주고 받으며 각자의 사연들이 전개된다. 지금부터 써내려갈 내용은 줄거리나 내용은 최소화 하고 각각의 사연에 대한 나의 감상이다. 스포도 있을 수도 있으니 주의하길 ( 이런 드라마가 스포가 중요할리가...)

 

임진주(천우희) 의 이야기

 

드라마는 진주 시점으로 전개되는 경우가 많다. 대학교 cc부터 7년간 연애를 해오던 그녀는 만남과 헤어짐의 반복 끝에 이별했다. 공허함이 찾아온 그녀에게 갑자기 다가온 명품백, 이것이 그녀가 스타 드라마 작가의 연습생으로 들어가는 동기를 만들었다. 그러던 차에 특이한 성격의 소유자 스타 드라마 PD 손범수(안재홍)을 만나고 사랑한다.

 

 

* 그녀의 7년간의 연애에 관하여

오래 연애를 해본 사람이라면 그녀의 오랜 연애에 관하여 공감한다. 싸우고 화해하고 그런 과정 속에 딱지가 생기지 못한 상처가 조금씩 곪아 어떤 이유도 변명도 없이 헤어지는 그런 관계. 서로 싫지도 않지만 설레는 감정이 다 먹고난 아이스 아메리카노의 얼음과도 같아진 그런 관계. 정이 곧 사랑이 되는 관계. 가족보다 가족같은 관계. 그런 관계에서 오는 편안함은 설렘보다 강력하다. 그러나 편안함은 말과는 다르게 상대를 쉽게 상처줄 수 있는 무기가 된다. 편안하니까 말이 쉽게 나오고 편안하니까 행동이 쉬워진다. 이 정도는 이해해주겠지라는 생각이 서로의 관계를 점령하다보면 연인이 아닌 가족이 된다. 그래서 이 편안함이 무섭다.

반대로 설레임은 짜릿하다. 반대로 행동은 조심스럽다. 이렇게 감정과 행동은 반비례한다. 아이러니다. 편안한 감정은 날카로운 행동을 스스럼 없이 하게 한다. 반대로 설레는 감정은 조심스러운 행동을 하게 한다. 이런 아이러니의 균형이 있을까? 적당히 설레면서 적당히 편안함 그리고 적당히 조심스러우면서도 적당히 스스럼 없는 관계? 나이가 먹으면서 '적당히'라는 수식어를 자주 붙인다. 이제 더 이상 찌르고도 찔리고도 싶지 않아서 그런 것일까?

장기간의 연애의 여러면이 있지만 드라마 속에서 가장 공감했던 부분은 서로의 싸움장면과 화해장면이다. 1이라는 이유로 싸움이 시작되었는데 2,3을 끌고 오는 여자. 1이 해결되지 않아 끝끝내 이유를 찾아내려는 남자. 그리고 풀리지 않은 상태로 비가 오는데 옷을 씌워주고 가버린 남자. 이런 감정을 뭐라고 해야할지 모르겠다. 남자는 합리적인 이유를 찾아서 끝끝내 싸움의 결과를 만들어 내려고 한다. 여자는 싸움의 결과보다 과정 속에 본인의 서운함을 이해하길 바란다. 그래서 다른 여러가지 서운했던 것들이 함께 쏟아져 나온다. 그러면 남자는 1도 끝내지 않았는데 2,3으로 넘어가는 여자를 보고 화가나거나 답답하다. 왜 1 때문에 싸웠는데 2,3을 꺼내지? 여자는 1에 집착하며 이유를 찾는 남자가 싫다. 1,2,3 그냥 서운했고 그 서운한 마음을 이해해주고 그저 애정표현을 해주길 바란다. 이게 남자와 여자의 차이인가?

장기간의 연애는 이렇듯 밖에서 보기 이해하기 어렵다. 미친듯이 싸운다. 그리고 쉽게 화해한다. 그리고 그 싸움의 이유는 온데간데 없다.

 

* 손범수(안재홍)와의 연애에 관하여

서른이 된 그녀는 인기 드라마 작가 정혜정(백지원) 밑에서 연습생 작가로 생활한다. 정혜정의 신작을 제작하기 위해 매번 성공가도를 달린 시청률 제조기 스타PD 손범수(안재홍)과 만나게 된다. 그가 정혜정 작가의 제안을 거절하는 상황 속에서 예의없고 또라이 같은 모습을 본 그녀는 그를 재수없지만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던 중 공모전에 냈던 진주의 작품이 범수에게 들어가게 되고 그는 그 작품에 꽂힌다. 작품에 대한 적극적 구애가 사람에 대한 구애로 변할지 누가 알았겠는가? 아니 드라마니까 다 알았겠지. 그러다 저러다 연애 아닌 연애를 하게 된다. 

 

일적으로 만난 사이에서 서로에 대한 존경이 사랑으로 변하는 경우가 있다. 이 드라마에서는 그 정도까진 아니지만 서로의 작품과 서로의 커리어가 관계에 영향을 조금이나마 줬다고 생각한다. 뭐 그게 사랑인지 존경인지는 지나서 인지되지만. 남자와 여자 각각 풋풋한 연애는 다 해보았고 어른의 연애를 시작한다. 어른이라고 연애가 달라지겠나. 어릴 땐 일을 안하니 연애의 비중이 컸다면 어른이 되면 자기 위치에서 잘 해내야 하니 일의 비중이 연애의 비중을 갉아 먹은 것 뿐이지. 또한 사람은 적응의 동물 아닌가. 손만 잡아도 두근 거렸던 마음이 수차례 그러다 보면 어느새 손만 잡아선 두근거리지 않는다. 그래서 어른의 연애는 어렵다. 자기 중심을 잘 잡아야 하고 또 쉽게 설레지 않는다. 그래서 결혼을 하나? 뭐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존경없는 어른의 연애는 쉽지 않다. 상대의 일에 대한 존경과 존중이 매우 중요하다. 어릴 때는 아무나 만나지만 어른이 되면 연애도 시간이 아깝거든. 자기가 배우고 싶거나 동기부여 받을 수 있는 사람, 그리고 그 사람의 일에 대한 존경과 존중은 나의 일에 대한 존중과 존경이 보장됨을 뜻하니까. 

그러나 사랑은 어른스럽게 시작하지만 아이로 돌아간다. 진주(천우희)는 일로 바쁜 범수(안재홍)에게 삐진다. 이런 부분이 어른의 연애에서 어렵다. 본인도 일로 바쁘지만 본인에게 신경 써주길 바라는 마음. 그런 부분으로 삐진 진주에게 흥분하며 항변하는 범수의 입장이 충분히 이해됐다. 물로 진주도 어릴 땐 그저 가버렸겠지만 지금은 먼저 손을 내미는 어른스러움을 장착했다. 뭐 연애도 배우는 거니까. 본래의 것은 안바뀌는데 세세한 부분은 바뀔 수도 있으니까. 

많은 연인들 서른이 넘어서 하는 연애의 기본은 일에 대한 존중이다. 남자든 여자든 연락과 관심이 먼저라면 돈을 많이 벌어서 학생들과 만나야 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해본다.

 

 

*7년 만난 전남친에 관하여

오랜 연애 끝에 헤어진 그녀의 전 남친은 범수의 밑에서 조감독으로 일한다. 그녀를 방송국에서 조우하고 나서 범수와 진주의 관계가 굉장히 신경이 쓰인다. 이별 후 남자들은 여러 행동 패턴을 가진다. 대체로 비슷한 경향이 있다. 그러나 장기간 연애 후에는 여자가 잘 살고 잘 되길 바란다. 사실 질투나 다시 새로운 감정은 생기지 않는 편이다. 진주 전 남친도 처음엔 그녀의 작품을 범수가 맡는다는 소리를 듣고 멋있다고 한다. 그리고 멋진 여자, 혹은 잘되고 있다 등의 표현을 한다. 잘되길 바라는 마음이 흘러나온거겠지. 잘 못됐으면 신경이 쓰이고 잘해주려고 했을 것이다. 이건 내 생각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바로 앞에서 그녀가 다른 남자와 연애를 하는 모습을 보면 질투가 난다. 모든 감정이 소모된 관계인데 말이다. 남자는 자기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것을 뺏기는 기분에 질투를 느낀다. 이걸 설명하려면 아주 과거 원시시대의 인간의 모습을 갖추기 전 수컷의 본능부터 파헤쳐야할 것이다. 물론 지금도 남자는 인간이 덜 된 수컷 혹은 동물들이 많다. 나도 그렇다.

 

 

오늘은 진주의 연애 편까지만 !

 

수정없이 한번에 써내려간 글이라 오타 및 비문이 많을 수 있으니 양해부탁드립니다.

댓글남겨주시면 수정하겠습니다.

 

- 다음편에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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