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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유 팩 그대로 요거트 만들기 - 홈빙 요거트 메이커

by the frank 2020. 4. 9.

모든 매체에서 유산균 좋다고 한다. 나만 안먹고 있었나보다 싶을 정도로 모두가 한목소리로 유산균은 꼭 섭취하라고 권장한다. 심지어 잡다한 영양제는 도움이 되지 않고 비타민과 유산균만 잘 먹으면 건강에 충분히 도움이 된다고 말하는 의사 및 약사들도 등장했다. 그리하여 나도 유산균을 섭취해 보기로 한다. 캡슐형 약으로 먹기에는 왠지 내키지 않아 요거트를 사서 먹기 시작했다. 수제요거트 한병에 500ml 가 6,000원에 육박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꾸준히 먹기는 불가능해 보인다.

 

그래서 요거트를 직접 내 손으로 만들어 먹기로 했다. 이름하야 리얼 핸드메이드 요거트! 인터넷 검색해보니 온도만 잘 맞추면 대충 만들어 진다고 했다. 이 말을 굳게 믿은 것이 나의 패착이었다. 일단 우유팩을 1,000ml 를 샀다. 비싼거 말고 한 팩에 1,500원 세일 중인 놈으로다가 구매했다. 그리고 유산균 음료인 불가**, 비피** 을 샀는데 이게 진짜 비쌌다. 4병에 거의 5천원? 뭐 그래도 우유 1,000ml 당 한병 들어가니 1,000ml 요거트 만드는데 3,000원 내외로 해결할 수 있다. 아주 매우 베리 합리적이다. 인터넷에서 본대로 우유에 유산균 음료를 넣고 따뜻한 물을 담은 바구니에 하루 넣어 두었다. 결과는 처참하게 실패... 나는 3,000원을 시원하게 날리고 인생의 신 맛(매우 시큼하더라고)을 경험했다.

 

시중 수제 요거트 가격이 괜한 가격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 나는 집집마다 하나씩은 가지고 있다는 요거트 메이커를 검색하기 시작했다. 참고로 나는 혼자 살기 때문에 귀찮음을 최소화 할 수 있는 제품으로 사고싶었다. 그 중 발견한 신박한 디자인과 사용법의 요거트메이커!!!
우유팩을 그대로 넣어서 만드는 요거트 메이커! 에너지를 최소화 하여 나의 귀차니즘을 극복하고 요거트를 만들 수 있게 도와줄 것만 같아서 바로 구매했다. 아래 사진을 보시라.

 

전혀 요거트와는 관계 없을 것처럼 생긴 기계가 왔다. 도대체 어느 구석에서 요거트가 나올 수있을 것인가? 네모 모양의 움푹한 홈이 마치 욕조같아 보였다. 여기서는 거품 목욕을 해야할 것만 같았다. 이번에도 소비의 실패인 것인가? 나와 요거트는 이번 생은 인연이 아닐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직 좌절하긴 이르다. 코드를 꼽아 보기도 전이니 말이다. 설명서를 천천히 읽고 준비물을 준비하여 차분히 요거트를 만들어 보기로 했다.

 

위와 같이 우유 1,000ml 를 준비하고 유산균 음료 1병을 넣어 휘휘 저어준다!(이것이 핵심) 잘 섞이지 않으면 요거트가 안만들어 진다고 하니 유산균 음료가 이리저리 섞일 수 있도록 긴 스푼(제품에 동봉되어있음)으로 휘휘 저어 주었다. 그리고 위의 사진과 같이 욕조 안에 아니 요거트메이커 안에 쏘옥 넣어 주었다. 만약 요거트가 잘 만들어 진다면 이것은 혁신 그자체! 어찌 우유팩 그대로 요거트를 만들 수 있단말인가. 우유가 요거트가 되어 나오는 마법을 내눈으로 경험 할 수 있단 말인가? 마치 어린시절 보았던 영화 '체인지' 가 생각..... 아니 아니 아무튼 풀리지 않는 의문을 갖은 채로 코드를 꼽고 기계를 작동시켰다. 버튼이나 이런거 없이 그냥 꼽으면 빨간불이 들어온다. 타이머도 없다. 그냥 꼽고 8시간 지나면 빼면 된다. 심플함마저 혁신 그 자체. 그러보면 우리는 너무도 복잡한 세상 속에 살고있다. 가끔은 심플 이스 베스트를 실감한다. 마치 이 욕조같은 요거트 메이커를 만났을때처럼?

 

오로지 저 빨간 불에 의지하여 나는 요거트가 나오기를 기다린다. 저 불빛을 보고 있자니 어릴적 누워서 전기밥솥에서 나오는 빨간 불빛을 보며 귀신인 줄 알고 벌벌 떨었던 기억이 떠오른다. 지금도 손이 떨린다(사실 당이 떨어져서 그렇다). 요거트가 안되면 어쩌지? 하는 생각으로 나는 한숨 자고 일어 났다. 코드를 꼽고 뚜껑을 열고 우유팩을 들었다. 온기가 가득하다. 마치 새 생명이 내뿜는 온기 같다. 뭐랄까 아주 어린시절 엄마가 뜨거운 음식을 후후 불어서 내 입에 넣어 주었을 때 턱 쪽으로 주루륵 흐른 음식의 온도랄까? 각설하고 내용물을 꺼내서 확인해보자

 

 

꾸덕한 요거트가 보이나? 이것은 혁신 그자체이다. 오롯이 빨간불에 의지하여 8시간의 흐름 속에서 만들어진 결과물, 어떤 타이머도 없고 어떤 버튼도 없는 심지어 용기도 없는 욕조같은 요거트 메이크거 해냈다. 앞으로 나는 팩을 넣기만 하면 요거트를 마음껏 먹을 수 있다. 이제 난 현대인들의 필수템인 유산균을 마음껏 섭취하여 건강한 삶을 살아 낼 수 있다. 이제 난 피부도 좋아질 것이고 대변활동도 좋아져 모든 일이 잘 풀릴 것이다. 그 모든 것은 이 요거트 메이커에서 시작되었노라고 나중에 기록할 것이다. 

 

맛을 보니 수제요거트에서 맛보았던 부드럽고 끈적한 질감이다. 맛은 시큼하다. 단 맛은 아주 살짝 느껴진다. 유산균 음료의 향이 살짝 난다. 나는 포도 맛을 넣었는데 포도향이 기분 좋게 향긋하다. 앞으로 자주 해 먹게 될 것 같다. 왜냐면 벌써 난 우유를 4팩과 유산균 음료 4병을 사놓았거든. 이상 혁신적인 요거트 메이커에 대한 감상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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