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라 x 조말론 향수 리뷰
어른이라면 향수 하나는 뿌려줘야 한다는 허세 가득한 생각을 가진 사람이 바로 나다. 나는 어른의 기준이 나이가 아닌 이상으로 삼았던 물건을 사용하는 것이 었다. 예를 들면 가죽자켓을 입는다던가 포마드를 발라본다던가. 나에게는 향수가 그런 존재였다. 왜냐하면 나는 향에 매우 민감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향수를 너무 세게 뿌린 사람을 경멸하곤 했다. 나에게 향수는 먼 나라 이야기였다. 시간이 흘러 어느새 나는 어른이라는 기준의 나이에 도달했다. 하지만 나는 아직 어른이 아니였다. 나의 어른이라는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했기 때문이다.
향수... 너무도 먼 그것이 나에게 다가왔다. 자라 (내가 1년간 일했던 친숙한 스파브랜드)와 조말론(이름은 많이 들어본)이 콜라보로 향수를 만든다는 소식을 들었다. 왠지 자라라면 누구나 대중적으로 편하게 뿌릴 향수를 만들 것같았다. 거기에 조말론은 꽤나 이름 값하는 향수 브랜드여서 품질도 괜찮을 것 같았다. 나는 구매하기로 결심했다. 그런데 왠걸 아직 한국에는 들어오지 않았다고 한다. 해외로 눈을 돌렸다. 유럽에는 이미 흔하디 흔하게 깔려있었다. 영국, 프랑스, 독일 등등 여타 유럽의 자라에서는 쉽게 구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해외직구를 하기로 한다. 직구는 관세범위가 60ml이기 때문에 많이 사지 못한다.(정확한 정보인지는 모르겠다) 그래서 여러 방법을 통해 내가 구한 자라와 조말론의 향수는 총 5종! 꽤나 오랜시간이 걸려서 나눠서 받았다. 한번에 받으면 관세를 면치 못하니 혹시 구매를 하려는 분은 시간의 텀을 두고 구매하길 바란다.
먼저 향을 리뷰하기 앞서 나는 향수를 잘 모른다. 전혀 모른다. 무지하다. 향수 혹은 인공적인 향을 싫어하는 일반인의 기준에서 향수의 냄새를 주관적으로 평할 예정이니 객관적이고 공정한 평가를 원한다면 전문적인 블로거나 유튜버를 찾기 바란다. 아 한가지 더 말하자면 나는 파우더리한 냄새? 분 냄새 같은걸 싫어한다. 화장품 냄새라고 해야하나? 아래 좀 더 자세하게 설명하겠다.

1. ebony wood (에보니 우드)
가장 인기가 많은 향이다. 내 기준에선 남자가 쓰기 좋은 향수였다. 여자가 이 향이라면 조금 쎄지 않나 싶을정도? 이게 무슨향이냐 설명한다면 진한 흑설탕과 바닐라 시럽을 후라이팬에 넣고 나무 장작까지 함께 넣어 끓인 후 나무만 꺼내면 나는 냄새? 라고 해야하나. 굉장히 묵직하다. 향이 저 심해에 있다. 그리고 달콤하다. 그렇다고 막 하늘하늘 달콤한 향은 아니다 묵직하게 아래서부터 올라오는 달콤한 향과 약간 씁쓸한 향이 난다. 정장입은 남자가 뿌리면 좋을? 인위적인 냄새는 아니나 그렇다고 매우 자연스럽다고 할 순 없다. 냄새에 민감한 분들은 약간 어지러울 수도있다. 그러나 첫향은 세지만 잔향이 오래가면서 은은하게 달콤 씁쓸하니 좋다.
10점 만점에 8점

2. waterlily tea dress (워터릴리 티 드레스)
사진을 못찍어서 공홈 사진으로 대체한다. 머스크향이라고 하는데 나는 개인적으로 보통이었다. 특히 첫 향이 하늘하늘한 들에 펴있는 세지 않은 꽃향이다. 그 이후로는 약간의 시큼한 풀향과 머스크향이 난다. 잔향은 달달한 들꽃향이 난다. 바로 드는 생각은 비누? 혹은 방향제? 섬유유연제에서 맡아볼법한 향이랄까? 빨래하고 나서 나느 향? 다들 중성적인 향이라고 하지만 내기준엔 여성적인 향이 맞다. 특히 첫 향은 맡자마자 여자향수다라고 할 정도다. 잔향은 중성적인 느낌이 있지만 말이다. 향이 굉장히 가벼운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가볍게 뿌리기 좋을 것 같긴하다. 막 세탁을 끝낸 옷냄새가 바람에 실려오는 향이랄까? 하늘하늘 날리는 원피스와 밀짚모자를 쓴 청초한 여성이 떠오른다. 아무튼 내 취향은 아니었다.
10점 만점에 5점

3. amalfi sunray(아말피 선레이)
내기준에서는 최악의 향이었다. 인공적인 향, 머리아픈 향의 전형이었다. 베르가못(풀종류중 하나라는데?) 과 만다린 오렌지, 오렌지 플라워를 섞었다는데 그냥 맡기 싫은향? 아 이걸 뭐라고 설명하지? 어릴적 아빠 차(1990년대 중반)에 있던 비누 향 나는 싸구려 방향제와 차 위에 올려 놓았던 모과가 섞인 향이랄까? 특히 잔향이 참기 힘들었는데 파우더리한 향이 난다. 이게 오렌지 꽃향인가? 나는 앞으로 오렌지 꽃은 싫어할 예정이다. 더는 설명을 피하도록 한다. 참고로 여성적인 향이다.
10점 만점에 1점

4. vetiver pamplemousse(베티버 팜플무스)
귤껍질 냄새! 한마디로 정의하면 귤껍질 까다가 손톱으로 껍질을 눌렸을 때 나는 냄새? 그게 첫향이다. 자연스럽고 친숙하다. 하지만 난 귤이나 오렌지 향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도 맡을 때 머리 아프진 않았다. 잔향에서 아주 살짝 파우더리한 냄새가 나는데 아주 살짝이다. 가루 살짝 첨가한 정도? 근데 이것도 거슬릴 정도는 아니다. 향이 매우 가볍다. 그만큼 지속력이 짧았다. 대신 이건 여자가 뿌리면 더 좋을 향이었다. 남자가 뿌려도 나쁘진 않지만 마지막에 약간 파우더리한 느낌 때문에 여성적인 향으로 기운다. 남자가 써도 충분히 이해될만한 향이다. 전체적인 평가는 상당히 괜찮고 자연스러운 과일향
10점 만점에 7점

5. fleur de patchouli(플로르 디 파츌리)
아... 이게 정말 애매했다. 분명 내가 싫어하는 분냄새가 나긴하는데 그렇다고 막 머리아픈 향까진 아니고 그 경계에 있다고 해야하나? 좋아하기도 싫어하기도 애매한? 풀을 짓이기면 나는 향에 약간 새콤한 향이 더해졌다. 유자와 풀을 같이 짓이긴 냄새가 난다. 그리고 달콤한 꽃향이 나는데 이게 섞여서 여성럽다. 그러나 가볍지 않다. 적당히 무게감이 있다. 이미지로 표현하면 딱 달라붙은 원피스를 입은 전문직 여성이 뿌릴법한 향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시큼한 향은 사라지고 흰색 꽃향? 핑크색 느낌의 포근하고 파우더리한 꽃햐이 난다. 굉장히 여성스럽지만 강하고 성숙한 느낌의 향이다.
10점 만점에 6점
종합적으로 평가하자면 남자가 쓰기엔 ebony wood(에보니 우드) , vetiver pamplemousse(베티버 팜플무스) , waterlily tea dress (워터릴리 티 드레스) 순으로 추천한다.
여자는 vetiver pamplemousse(베티버 팜플무스), fleur de patchouli(플로르 디 파츌리) , waterlily tea dress(워터릴리 티 드레스) 순으로 추천한다.
30대 남자의 매우 개인적인 평가다. 또각 구두에 잘 어울릴 만한 아주 진한 여성적인 향수를 싫어하므로 참고바란다. 향수를 그렇게 좋아하지 않음도 알아주길 바란다. 자연스러운 살냄새를 개인적으로 좋아한다. 물론 저 중에 아주 자연스러운 향은 없었다. 당연히 향수니까! 그렇지만 조말론과 자라가 함께해서 만들어서 그런지 나름대로 가격대비 성능이 괜찮았다. 50미리 기준으로 배송비 포함 3만원대면 나름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에 들어오면 직구가격이랑 얼추 비슷할 것같다. 일찍 경험해 보고 싶은 사람은 네이버에 검색해서 대행해서 구매해보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