툴루즈 로트렉 展 - 물랑루즈의 작은 거인 , 2020

사실 이 전시를 보러 간건 아니였는데 입구를 잘못 찾았다. 잘못된 방향을 돌리는건 나에게 어려운 일이었다. 전혀 알지 못했던 예술가의 전시회를 보게되었다. 물랑루즈라는 익숙한 단어에 위안을 찾으며 하나씩 작품을 감상했다. 그는 물랑루즈의 포스터를 그려주며 생계비를 유지하였고 그 곳에 있는 무용수, 성매매여성들의 현실을 그렸다.


물랑루즈는 빨간 풍차로 된 카바레였다. 그 곳을 주 무대로 삼아서 입구부터 빨간풍차 모형이 세워져 있었다. 그가 가지고 있던 예술에 대한 생각은 위의 한 문장으로 요약된다. 아름다움을 그린 예술가가 아닌 현실의 추함에서 아름다움의 모습을 찾아내려 했던 그의 그림들은 강렬했다.


개인적으로 선호하는 예술작품은 세심하고 부드러운 느낌의 것보다 강하고 세고 간결한 느낌의 것을 좋아한다. 묘사보다 생략을 좋아한다. 물론 모든 예술작품에 대해서 동일한 기준을 들이대는건 무리가 있다. 왜냐하면 나는 인상주의 예술을 매우 좋아한다. 마음이 편안해지고 멍때리면서 마음이 잔잔해지니까. 하지만 그것이 나에게 영감을 주진 않는다. 영감을 주는 대상은 세고 강하며 간결해야한다.
모던하면서 심플한 것과는 거리가 있다. 투박하지만 생략이 많은 정도로 표현하는게 가장 정확할 것같다. 로투렉의 작품은 그 중간에 있었다. 강렬하고 센 그리고 간결하지만 또 어느부분에서는 부드럽고 섬세하다.


요즘 봐도 세려된 느낌이다. 선이 많이 없다. 그리고 과감하게 블랙으로 처리하며 원근과 그림자를 생략했다. 대상과 배경의 대비가 명확한 그림이다. 과거의 포스터와 다른 방향의 것이다. 많은 설명이 들어갔던 로투렉 전의 세대에 비해 그는 설명을 과감히 생략하고 인상적인 한 장면 혹은 한 인물에 집중했다.


그가 그려온 작품들(포스터, 잡지표지 등) 을 잘 보면 대상의 중심은 과감하다. 명암을 생략하고 형태만 강조한다. 필요하다면 외각선 정도로 처리한다. 그에 반해 손이나 머리, 표정 등은 섬세하다. 표현하고자 하는 감정들과 생각이 그 곳에 있을거라고 나는 추측한다. 그의 생은 알콜과 거래되었다. 술과 그림이 그의 유일한 위안이었다. 가난한 삶은 아니었지만 약한 몸과 어릴 때 얻은 장애로 소외받으며 생긴 내향적인 성격이 생에 대한 고뇌로 이어졌을 것이다. 술은 그림은 그것을 잊게 해주었겠지.
생각없이 들어가 생각보다 괜찮은 작품을 보고 생각이 깊어진 전시였다.